재의 수요일에 대한 추억
손재수
대한민국 천주교 서울대교구 상계2동 성당에서 교리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1995년 봄부터 겨울까지.
그 해 재의 수요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사순 시기의 첫날이다.
나는 세례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도 미사에는 참례하고 있었으므로 우두커니 앉아있노라니 내 좌측에 앉아있는 자매님이
“왜? 안 나가세요?”
“세례를 안 받았는데요.”
“안 받았어도 괜찮아요, 어서 나가세요.”
근처에 앉은 다른 교우들도 권유하는 눈치를 보내주었다.
다 끝난 텅 빈 중앙통로를 나 혼자서 나가노라니 쑥스럽고 부끄럽고 그랬다.
맨 꼴찌로 마지막에 나갔더니 홍근표 바오로 사제께서 이마에 재를 발라 주시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 하십시오.”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 감전되듯 전율하여 아찔한 감동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재의 수요일 미사는 나에게는 큰 행사로 여겨진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는 평일이므로 더 신경을 써서 참례시각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했는데도 두 번 정도는 빠진 것 같다.
일 년에 한번 돌아오는 재의 수요일은 그 어느 미사보다도 더 중요하게 인생을 되돌아보고 생각 하게하는 제사 행사로 여기며 더욱 생각을 가다듬는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2019" 로 인하여 한국천주교가 236년 역사에 처음으로 모든 미사가 중단 되었다.
아깝고 안타깝다.
천재지변 앞에서 인간은 겸손하고 겸허 해 져야한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시오.”
2020.2.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