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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할로윈' 세시풍속
'할로윈' 세시풍속
정영수
작성일 : 13-11-07 09:56  조회 : 21,321회 
 “Trick or Treat(과자를 안주면 장난 칠거야)”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놀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글도 모르고 뜻도 모를 이 소리가 너무 생소했다. 그때가 80년대 초 늦가을이었는데, 플로리다 주(州)는 따뜻했다. 길에 나다니는 사람들은 온통 귀신복장이다. 집집마다 거미줄에 귀신인형이 매달려있고, 사람 손이 비어져 나온 자동차 트렁크를 보고 기절할 뻔 했다. 커다란 문화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북유럽에서 해마다 10월 31일이면 귀신분장을 하고 치르는 축제가 있다.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다. ‘할로우(Hallow)’란 앵글로색슨어(語)로 성인(聖人)을 뜻한다. 영국 등 북유럽과 미국에서는 큰 축제일로 지켜지고 있는 할로윈 데이는 원래 기원전 500년께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되었다.
 
  켈트족들의 새해 첫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인데, 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 안에 있다가 저세상으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이 기거할 상대를 선택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한 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로마교황청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萬神節 ․ All Hallow Day)’로 정하면서 그 전날이 ‘모든 성인들의 날 전야(All Hallow’s Eve)‘이고, 이 말을 줄여서 훗날 할로윈(Halloween)으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 이후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할로윈 축제가 따라온 것이다.
 
  할로윈 데이 밤이면 마녀 · 해적 · 만화주인공 등으로 분장한 어린이들이 “과자를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며 집집마다 찾아가 초콜릿과 사탕을 얻어간다. 아이들이 자루를 벌리면 이웃집의 어른들은 사탕이나 과자들을 그 자루 안에 넣어 준다. 할로윈 데이에는 ‘잭 오 랜턴(Jack O'Lantern)’이라 불리는 호박등(燈)이 꼭 등장한다. 속을 파낸 호박에 도깨비의 얼굴을 새기고, 안에 초를 넣어 도깨비 눈처럼 번쩍이게 만든 장식품이다.
 
  할로윈은 원래 귀신을 쫓아버리기 위한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검은 고양이들과 함께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녀나 유령, 귀신 그리고 해골 등은 모두 할로윈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호박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잭(Jack)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워낙 인색한 사람이라서 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잭은 악마들에게도 워낙 장난을 많이 쳤기 때문에 지옥에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잭은 최후의 심판의 날까지는 등불을 밝히며 길을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가 들고 다닌 등이 ‘랜턴을 든 잭' Lantern)’이다.
 
  우리도 예로부터 ‘귀신의 날’ 세시풍속이 있었다. 음력 1월16일(대보름 다음날)은 바깥출입을 삼가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날 일을 하거나 남의 집에 가면 귀신이 붙어와 몸이 아프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신 날에는 논두렁 밭두렁에 불을 놓거나 널뛰기 윷놀이 등의 놀이를 하여 귀신을 쫓아냈다. 보름날 ‘농상기(農旗)’패들이 밤새도록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시며 놀고, 덕분에 머슴들도 그날만은 일을 시키지 않았다. 잘 살리면 우리도 축제가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짓궂은 장난 이외에도 할로윈을 좀 더 뜻 깊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전 세계의 불우한 아동들을 위하여 음식이나 약품을 공급해 주기 위하여 돈을 모으는 자선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놀이공원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할로윈 데이 관련 행사가 늘고, 테마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부작용 없는 다문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때, 지나치게 상품화하지만 않는다면 외국문화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는 일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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