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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우리 동네 이야기
우리 동네 이야기
정영수
작성일 : 13-12-10 16:46  조회 : 21,922회 
“일단 ‘머내’에서 내리세요.”
  내가 사는 동네의 랜드 마크는 ‘머내 00은행’이다. 행정구역 상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하고 있다. 머내는 ‘먼내’ 즉 먼 곳에 떨어져있는 내(川)를 말한다. 옛날 경기도의 중심이었던 수원에서 먼 곳이라 하여 당초에는 먼내였다. 동쪽으로 먼 내(東遠川)라는 뜻일 것이다. 먼 내가 변해 머내가 된 것. 타지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동원동은 실제로 용인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속한 동(洞)이다. 동천이 성남시와 용인시를 갈라놓은 셈이다. 개천하나로 시계(市界)가 달라진다. 동천을 따라 올라가면 유원지로 널리 알려진 고기리 계곡이다. 고기리가 있는 고기동(古基洞)은 수지구에 속한 법정동(法定洞). 행정동은 동천동에 속한다. 고기리 또한 우리가 사는 동네의 표석이 된다.
 
  랜드 마크는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특이한 시설이나 건물을 말한다. 그것이 역사적인 장소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의 랜드 마크는 남산 꼭대기에 보이는 서울타워 등이 될 수 있다. 어느 나라든지 전 세계적으로 그 나라를 홍보하기 위해 내세우는 건물이나 유명한 문화재가 있기 마련. 프랑스는 ‘에펠 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이집트하면 ‘피라미드’가 아닌가.
 
  서울에 말죽거리가 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양재역사거리 일대를 가리킨다. 양재동(良才)이라는 지명은 문자 그대로 ‘어질고 재주 있는 선비들이 많이 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도로에는 조선시대 양재역이 위치하여, 여행자들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한자로는 마죽거리(馬粥巨理)라고 썼다.
 
  송파구 오금(梧琴)동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가 쳐들어오자 조선의 16대 왕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하게 되었다. 임금 일행이 이곳을 황급히 지나다가 백토고개에 이르러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 궁궐에서만 생활하던 임금이 갑자기 먼 길을 내닫다 보니 오금이 아파 “아이고, 내 오금이야.”하고 한탄했다하여 이곳을 오금(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 독산(禿山)동의 독(禿)자는 잘 쓰이지 않는 글자다. 옥편에 ‘털 빠진 독, 까치머리의 독, 대머리 독’이라고 나와 있듯이 동 이름의 유래는 이 마을의 산봉우리에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 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내 집 뒤에 산이 있는데 벌거숭이 산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독산이라 한다. 원래는 나무가 있었으나 도끼에 찍히고 소 · 염소 따위가 뜯어먹어 벌거숭이가 되었다”고 했다.
 
  1970년 4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지구 시민아파트 15동 건물 전체가 와르르 무
너져버리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아침 출근시간에 일어난 이 사고로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와우산은 서강 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습(臥牛)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테면 소의 등허리 부분에 아파트가 들어섰던 것이다.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지게 된 소가 몸을 흔들자 아파트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와우아파트는 서울시가 무허가 건물을 줄이고, 그 대신 서민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취지 로 건립된 시범아파트였다. 뜻은 좋으나, 69년 6월에 착공하여 12월에 완공되었으므로 6개 월 만에 15동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4개 월 만에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회사는 서울시가 책정한 건축 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 철근을 10분의 1정도만 쓰고, 콘크리트대신 모래반죽을 갰으니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 사고로 한때 아파트 기피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얼마전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지은 지 1년도 안된 24층짜리아파트가 무너져 내린 참사가 있었다. 마치 우리의 60년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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