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길을 걷다가 마음에 와 닿는 멋진 글귀에 잠시 발길을 멈출 때가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 아이스링크에서 대형 현수막이 바로 올려다 보인다.
<눈길 걷다보면 꽃길 열릴거야>
리모델링 후 서울도서관이 된 구 서울시청 본관건물에 크게 나붙어 있다. 서울시가 지난 겨울, 희망의 봄을 알리는 시민 창작문안을 공모해 당선작으로 선정된 글귀를 서울도서관 외벽 ‘서울 꿈 새김 판’에 게시한 것이다.
꿈 새김 판 사업은 서울시가 아름다운 글귀를 통해 시민에게 마음의 위안과 생활의 여유로움을 제공하고, 꿈과 희망의 행복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한 것. 시민 공모를 통해 아름다운 글귀가 뽑히면 서울도서관 외벽에 걸린다.
지난여름 첫 번째 문안 <잊지 마세요. 당신도 누군가의 영웅입니다>와, 유난히 쌀쌀했던 가을 시민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줬던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제3회 서울 꿈 새김 판 겨울 편 문안 공모전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2일부터 열흘 동안 진행됐다. 총 출품작은 464건으로 지난 9월에 진행되었던 2회 문안 공모전 출품작 363건보다 100건이 증가한 것.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선자 배현경(33세)씨는 “지난 가을 덕수궁을 걸어 나오면서 봤던 지난 가을 꿈 새김 판 문안이 일상에 달콤한 위로가 됐다”며 “남몰래 적어 두었던 문안이 시민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겨울에 서울광장을 찾는 서울시민에게 ‘눈’과 ‘꽃’의 이미지로 따뜻하며 포근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눈밭 속을 가더라도 함부로 걷지 마오. 오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될지니>
희망 글 판은 동대문구청사에도 걸렸다. 동대문구는 청마의 해를 맞아 구민들의 감성과 소통을 위해 청사 정문 입구에 희망 글 판을 새 단장한 것이다. 이번에 게재한 문구는 백범 김구 선생이 인생의 좌우명으로 생전에 즐겨다는 서산대사 선시(禪詩)를 인용한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작은 물방울이 커다란 강을 이루듯이 한 줄의 시가 메마른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지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지난해부터 문안을 게재해왔다. 관악구도 지난해부터 사랑의 글 판을 내걸고 있는데, 이번엔 정호승 시인의 <어린낙타> 중 일부인 “사랑하면 더 많은 별이 보인다”이다. 사랑을 하면 마음이 순수해져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는 깨끗한 마음을 담은 이 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박노해의〈겨울 사랑〉은 “겨울을 사랑해야 겨울을 이겨낼 수 있고, 겨울을 이겨내야 봄을 기다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눈보라 치는 인생의 추운 겨울을 내가 사랑해야 꽃피는 봄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 것 같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겠지(If Wintw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영국의 낭만시인 셸리(P. B. Shelley)의 <서풍부(Ode to the West Wind)> 마지막 연(聯)은 우리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봄볕은 아무래도 겨울 볕 속에 숨어있는 것 같다.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다음 주엔 어느덧 입춘(立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