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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마당 > 말씀나눔 > 작가 한강, 인간 한강
작가 한강, 인간 한강
정영수
작성일 : 16-05-28 10:17  조회 : 18,636회 

실로 놀랄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황순원 씨의 소설 <소나기>가 영어(Shower)로 번역되고(역자 유의상) 영국 잡지 ‘인카운터(Encounter)' 단편 콩쿠르에 뽑혀 게재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1959년이었으니 우리 문학의 해외 진출은 꿈도 못 꿀 때가 아닌가.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황순원 작가가 직접 영어로 썼다는 기록도 있으나 확인은 어렵다.

  

When you leave if it is repulsive to see me,

I'll send you with no saying.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우리 문학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에 전파되기는 아마도 김소월의 <진달래(The Azaleas )>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60년대에 서울대서 강의하던 영국인 리처드 러트(Rutt) 성공회 신부가 번역한 것인데, 그는 일찍이 황진이의 시(詩) <동짓달 기나긴 밤을(This Long Midwinter Night)> 등 우리 시와 시조를 영어로 변역하여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소나기의 영어 번역판 한 대목.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에서 '잔망스럽다'를 'odd(이상한 · 특이한)'로 "But you know, that little girl, don’t you think it’s a bit odd?"라고 옮긴 데에 이견이 있었다. 보통 여자 아이에게는 ‘odd’가 적절치 않아 "But you know, that little girl, wasn't she quite a rascal?" 정도가 어떻겠느냐는 거였다. 어쨌든 이 작품은 황순원을 노벨문학상 추천작가 반열에 올려놓는다.

소나기 이후 근 60년 만에 여류작가 한강(46)이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Man Booker Prize)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인으로서 최초이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맨부커상은 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해마다 영국, 아일랜드 같은 영국 연방국가 내에서 영어로 쓴 영미 소설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다. 수상작은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Book Trust)의 후원을 받아 부커 (Booker)사의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 2002년부터는 맨(Man)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명칭이 맨-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바뀌었고, 수상자에게는 주어지는 상금도 2만 1000파운드에서 5만 파운드로 올라갔다.

세계적인 문학상은 영국의 맨부커 상과 함께 프랑스의 공쿠르(Goncourt Prix), 그리고 역시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이다. 맨부커상을 노벨 문학상과 대둥한 위치에 놓기도 한다. 실제로 터키작가 오르한 파묵 (Orhan Pamuk) 등 몇 명은 맨부커상을 받고 노벨상을 받은 작가다.

작가 한강과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는 이미 널리 잘 알려져 소개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녀가 더욱 예뻐 보인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첫째는, 지난 16일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 앨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에서 영린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작이 발표된 직후 그녀가 수상소감을 영어로 말했을 때다. 그리 유창하진 않지만 용기 있게 쉬운 영어단어를 골라 훌륭한 인사말을 해낸 사실이다. 그녀는 옆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던 번역자 데보라(Deborah Smith)양을 토닥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녀의 조용한 귀국. 지난 19일 소박한 차림으로 입국장을 나온 한강 씨가 수상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나중에”하며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공항을 떠난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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