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처럼 타락한 자는
지옥에서 불타리라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뒤쫓는 자베르(Javert) 경위가 <더 스타(The Star)>를 부를 때도 노트르담 대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성모마리아가 주보성인이자 파리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인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관광명소가 몰려있는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자 지정번호 600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우리들의(Notre) 성모마리아(Dame)’라는 뜻을 가진 이 성당은 1160년 파리대교구의 쉴리(Sully) 주교가 “더 크고 아름다운 성당”을 짓기 위해 옛 성당을 모두 부수고 착공하여 182년 만에 축성식을 가진 대역사(大役事)의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빅토르 위고 소설의 무대로 우리에게는 더 잘 알려져 있는 이곳에서는, 백년전쟁의 와중에도 1431년 영국의 왕 헨리 6세가 프랑스 왕으로의 즉위식을 거행했다. 1804년 12월 2일에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도 열렸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하고 샤를 7세를 왕위에 즉위시킨 잔 다르크(St. Jeanne D'arc)의 명예회복재판도 교황청에 의해 여기서 열렸다. 1431년에 영국 측과 프랑스 성직자들이 벌였던 종교재판에 의해 화형당한 그녀의 이단 판결과 마녀 혐의가 취소되었다. 그래서 잔 다르크는 성녀의 반열에 올라 그녀의 성상도 이 성당 안에 있다.
이곳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진귀한 성물(聖物)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소장되어 있으나, 그 중 성 십자가의 일부와 예수의 가시면류관(Christ's Crown of Thorns)이라고 믿어지는 유물이 봉안되어 세계적인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다. 프랑스 혁명 당시 귀족문화를 증오하는 시민들에게 유물 일부가 훼손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빅토르 위고가 성당의 파괴를 막으려고 쓴 소설이 <파리의 노트르담>이다.
가시면류관은 가시를 엮어서 만든 둥근 관(冠)을 일컫는다. 로마 병사들이 예수님을 처형하기 전 육체적 고통을 주기 위해 씌운 것. 가시나무의 일종으로 높이가 1-3m 정도 되며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관목으로 구부리기 용이해 모자처럼 둥글게 엮기 쉬웠다. 예수께서 쓰신 가시관은 이것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이 나무는 ‘그리스도의 가시’(Christ’s thorn)로도 불린다.
700여 년 동안 수많은 풍상을 겪으며 버텨온 인류문화유산이자 파리 시민들의 생명과도 같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난 15일 오후 화마가 덮쳐 첨탑 등이 소실되는 불운을 겪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석조 구조물들은 대체로 무사해 복원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위협적으로 타오르는 화마에 유물들의 운명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방대원들과 시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아 이은 '인간 사슬'을 만들어 불길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다는 것. 인간 사슬의 선두에서 가시면류관을 구하려 불깋 속에 뛰어든 파리 소방서 사제 마크 푸르니에(Fournier)를 외신은 집중 조명했다.
당시 푸르니에 신부는 교구청장에게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사슬에 앞장 선 그가 불길 속에 뛰어들자 다른 응급 요원들도 주저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푸르니에 신부가 성물을 꺼내오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며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추켜세웠다.
파리 소방대 측은 "소방대원들은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지만 이번에는 유물 중 어떤 것을 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우리의 선택은 옳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화염을 피한 성물들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길 계획이라니, 일단 한숨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