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이자 배우 윤심덕은 대형 오페라가수를 꿈꿨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중가요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1926년 8월 윤심덕은 애인과 함께 관부연락선을 타고 귀국 도중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가 <사(死)의 찬미>.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Ivanovici)가 작곡한 <도나우 강의 잔물결(Donauwellen Walzer)에 가사를 붙인 곡으로, 동생 윤성덕의 피아노 반주로 취입한 것이다. 왈츠곡인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요한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강(The Beautiful Blue Danube)>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의 바덴에서 시작하여 오스트리아, 헝가리, 발칸의 여러 나라를 거쳐 흑해로 흘러드는 이 강을 독일에서는 도나우(Donau) 강이라고 부른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대평원을 지나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이른다. 다시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독일의 뮌헨까지 장장 2,850km를 흐르는 강이다. 볼가(volga) 강 다음으로 긴 도나우 강은 옛날부터 유럽의 중요 교통로로 이용되어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불가리아는 두나브(Dunav), 헝가리에선 두나(Duna)다.
헝가리의 부다(Buda)와 페스트(Pest)는 두나 강을 동서로 양분하여 서쪽은 부다, 동쪽은 페스트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러나 두 도시가 19세기 말 세체니 다리(Széchenyi Lánchid)로 이어져 지금의 부다페스트로 통합되었다. 다리 앞뒤에는 4마리의 사자 조각상이 있기 때문에 ‘사자 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체니 다리와 함께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 마차시 교회가 배경으로 보이는 야경 또한 부다페스트가 자랑하는 관광 포인트이다. 1999년에 만든 독일-헝가리 합작영화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도 주 무대를 부다페스트이자 두나 강, 그리고 세체니 다리로 하여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세계 3대 야경으로 곱히는 부다페스트의 두나 강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폭우 속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까지 한국인 7명이 사망하고 19명은 실종된 상태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한 제1보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34명이 탄 ‘하블라니(Hableány · 헝가리 어로 ‘인어’)’ 라는 이름의 유람선이 다른 유람선 ‘바이킹(Viking)’호와 충돌한 뒤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배 이름대로라면 ‘인어’가 ‘바이킹’에 희생된 셈이다. 다뉴브 강 야간 유람선은 ‘동유럽의 장미’ 부다페스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곳곳에 검은 조기를 내 건채 침통한 분위기의 부다페스트는 온통 애도의 물결이다.
길이 27m의 유람선 인어 호를 받은 135m의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호는 95개의 객실을 갖추고 190명을 태울 수 있는 해상 호텔 급 선박이다. 사고 당시 바이킹 승객 180명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다. 사고를 내고 구속된 우크라이나 국적의 바이킹 호 선장 유리이(64)는 ‘뺑소니’ 의혹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르고, 유속이 빠른 다뉴브 강의 특징 때문에 세르비아 등 강 하류 쪽 국가까지 여러 날에 걸쳐 국제적인 수색작업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종자 수색작업에 우리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투입됐으니 실종자 수색에 성과가 있기를 고대할 뿐이다.